우리의 번역은 안녕한가요

3년차 번역가 인터뷰. 그녀는 어떻게 번역사가 되었나

한창 현업에서 분투하고 계신 3년차 번역가 Hino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햇수로는 4년차이신데요, 번역사 Hino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September 7, 2021

번역가도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안녕하세요.

지콘스튜디오입니다.

오늘은 톡톡(TalkTalk) 인터뷰 시간입니다.

톡톡 인터뷰는 번역사 분들이나 번역의 표준과 관련된 업계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만큼 본 포스팅이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직접적인 인사이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3년 차 번역가, 번역사 Hino님을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번역사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년 차 영한/한영 번역사 Hino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번역사가 되기를 꿈꿨고, 이에 맞춰 영어영문학과 학사와 영어번역학과 석사를 땄어요. 대학원을 졸업하고는 지인의 소개로 프리랜서 번역 일을 시작하게 됐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덧 3년 차 번역사가 됐네요. 지금은 인하우스 번역사로서 번역 감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Q.

번역가 준비 과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자기소개에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중학생 때부터 번역사가 되고 싶었어요. 영어를 좋아하기도 했고, 책 읽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학과도 영어영문학과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번역과 관련된 커리큘럼이 부족해서 늘 아쉬웠고, 졸업 후에는 어떻게 번역사가 될 수 있을지 방법을 몰라서 막막했죠. 매일 번역 공부도 하고 정보 검색을 하던 중, 한국외대 대학원 영어번역학과에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여러 노하우를 배우고, 지인 소개로 일감도 받았죠.

재학 중에는 번역 관련 취업 세미나를 들으며 어떤 분야가 있는지 파악했고, 졸업 후에는 학원에서 번역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익혀서 번역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어요.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번역사로 일할 기회를 얻었죠.

저처럼 방법을 몰라서 막막하신 분은 대학에서 홍보하는 취업 세미나에 참석하는 걸 추천드려요. 번역의 분야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실무진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공고 모집까지 들을 수 있어요!

Q.

번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번역가가 된 이후 연마해야 할 역량이 뭐가 있을까요?

‘번역사가 되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만큼 끈기와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유연한 사고도 중요해요. 번역의 분야는 생각보다 무척 다양해요. ‘나는 이 분야의 번역사가 될 거야!’라고 틀에 갇히지 않길 바라요. 내가 원하는 분야만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예상외의 일을 받을 때도 많거든요. 들어오는 일은 전부 경험해 보고, 팔방미인 번역사가 되는 걸 추천드려요.

그리고 전문 번역사는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내가 맡은 일’을 ‘기한 내’에 ‘일정한 퀄리티’로 완수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필요하죠. 또한 고객이나 PM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해요. 번역사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일감은 회사로부터 받을 때가 많아요. 계속 거래를 이어가고 싶다면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죠.

이는 인하우스, 프리랜서와 상관없이 필요한 능력이에요.마지막으로 건강 챙기기! 번역사는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살도 쉽게 찌고 건강이 많이 상해요.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면 꼭 운동도 하고 건강을 잘 챙기셔야 해요.:)

Q.

번역가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번역은 생각보다 고되고 지루한 작업이에요. 그러니까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 꼭 확인해 보시길 바라요. 만약 적성에도 맞고, 번역사가 되고 싶다면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알려 드릴게요.

먼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에요.

1) 오역! ‘내가 실수해도 감수하면서 고쳐 주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오역은 무조건 없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세요.

2) 두 번째는 마감 날짜 어기기! 말도 없이 마감 날짜를 어기면 다른 관련된 분들도 업무에 차질이 생겨요. 상의도 없이 약속을 어기는 일은 삼가 주세요.

3) 마지막으로 요령 부리지 않길 바라요. 귀찮다는 이유로 오탈자 검수나 최종 확인을 안 하면 전부 티 나요. 요령을 피우는 번역사를 좋게 볼 사람은 없어요.

다음은 해도 괜찮은 일을 알려드릴게요.

1) 먼저 스케줄 조정이에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 역량을 파악하고 적당량의 일만 받으세요. 일을 무리해서 받는 것보다 납기일을 지키며 신뢰를 쌓는 게 훨씬 좋아요.

2)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무조건 물어보세요.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매니저와 상의 후 조율하는 게 효율적이거든요. 궁금한 점은 모아 뒀다가 한 번에 물어보는 것도 작은 팁이에요.

번역가 번역사 인터뷰 인사이트

Q.

(인하우스) 번역사로서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탄력 근무제라서 8-10시 출근이 가능하지만, 저는 9시에 맞춰 출근하고 있어요. 수면 시간을 7시간으로 맞추려고 노력 중인데, 퇴근이 늦어지면 놀고 싶은 마음에 늦게 자게 되더라고요.ㅎㅎ (7시간보다 적게 자면 다음 날 효율이 떨어져서 패턴을 맞추려고 해요) 그리고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9시부터 6시까지 쭉 일을 합니다. 지금은 한국어 원문과 영어 번역문을 비교하며 틀린 부분이 있는지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꼼꼼하게 봐야 하는 작업이라 6시까지 일을 마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집으로 가서 남은 잔업을 처리합니다. 딱히 특별한 건 없죠?

사족을 붙이자면, 저는 프리랜서와 인하우스 번역사를 둘 다 경험해 봤는데 노동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어요.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집중하는 시간대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프리랜서는 아침에 여유롭게 일을 시작한 뒤 오후부터 집중해서 일을 하고, 인하우스는 근무시간에 집중하고 일을 마친 뒤 여유를 가져요.

Q.

번역사님도 번역기를 사용하시나요? 번역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저는 네이버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를 병행하면서 사용합니다. 저는 일을 다양하게 받았는데, 분야에 따라 번역기를 다르게 사용했어요. 논문이나 강의 같은 포멀한 번역은 문장을 시작하는 게 막막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물꼬를 트기 위해 번역기를 돌려서 문장 구조를 보죠. 그리고 예능이나 일상 회화 번역은 속어나 관용구가 파악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문장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번역기를 돌리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논문 분야는 파파고가 결과가 잘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상 회화체는 구글에서 ‘문장/단어+meaning’으로 검색하는 게 결과가 잘 나오죠. 하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파파고는 터무니없는 오역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니 꼭 확인해 보시길 바라요. 만약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문장을 통째로 넣지 말고 중간에 끊어서 번역기를 돌려 보세요. 그러면 더 나은 퀄리티가 나오기도 한답니다.

Q.

3년의 시간 동안 번역했던 작업량이 어느 정도 되실까요?

저는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분야의 번역을 해서, 콕 집어서 답변 드리기가 어렵네요. 일단 가장 오래 일을 받은 영상 번역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하루에 1,000줄(약 40-50분 분량)을 번역했어요. 영상의 난이도에 따라 작업량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평균으로 계산하자면 그래요. 지금은 논문 검수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것 역시 하루에 최소 1,000줄을 검수하고 있어요.

Q.

번역가로서 느끼는 장점과 단점은?

먼저 번역의 장점은 분야가 다양하다는 거예요. 크게 출판, 영상, 기술, 기사, 게임 등으로 나뉘고, 그 속에서도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돼 있어요. 덕분에 제가 상상도 못 했던 주제를 다룰 수도 있고, 질리지 않고 일할 수 있죠. 그리고 번역은 인하우스와 프리랜서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는 점이 좋아요. 본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춰 둘 중 원하는 길을 고를 수 있죠. 두 분야의 장단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해요. 분야가 다양한 만큼 내가 문외한인 부분을 맡을 때도 있죠. 그럴 때는 초반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이때 프리랜서라면 일한만큼 돈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부담이 돼요. 그리고 건강도 상하죠. 계속 집중한 채 앉아서 일하느라 허리, 목, 눈에 피로가 쌓여요. 몸도 많이 붓고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살이 쪄요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Q.

번역 일을 하시면서 얻은 인사이트? 노하우? 등이 있으실까요?

저는 업무능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도 말했듯이 번역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프리랜서 번역사가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건, 1) 이전에 다양한 회사에 근무하며 인맥을 쌓은 사람이든지, 2) 이미도, 박지훈, 황석희 번역사처럼 네임 밸류가 높은 사람인 경우예요. 그 외 대부분의 번역사는 회사에 소속돼서 일을 분배받죠. 이때 일을 나눠 주시는 매니저분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피드백도 빠르게 수용하고 화기애애하게 소통을 이어가는 번역사가 재계약할 가능성도 높거든요.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받고 싶은 대우로 상대방으로 대하면 좋은 인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Q.

번역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번역은 (독자가 한국인일 경우) 외국어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게 중요해요. 읽는 사람의 가독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거슬리지 않고 매끄럽게 읽히면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번역 이야기가 안 나오면 성공한 번역이라는 말이 있죠. 이처럼 번역은 눈에 띄는 작업은 아니지만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에요. 하지만 수고를 들인 만큼 보람이 느껴지는 작업이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최선의 답을 찾아낸다는 재미도 있고요. 읽는 사람과 나 자신이 만족하는 번역이 나온다면, 저는 그게 잘 된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번역사님께서 당신의 업(業)을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신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고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여러분들께도 얼른 소개시켜드리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호구지책으로써의 업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낸다는 것. 그렇게 시나브로 자기도 모르는 새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오늘도 Wel-con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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