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사들의 수다 Episode 4.

출판번역편

3
 / 
02
 / 
2021

번역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번역서 한 권 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기술 번역을 많이 해본 번역사들조차 어떻게 해야 내가 번역한 책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막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발을 들일 수 있을지,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해야 하는건지, 다른 루트가 있는 것인지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문학 번역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일종의 작가가 되는 것이기도 하기에 번역 스킬만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출판 번역과 문학 번역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동료 번역사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DANA: 최근에 좋아하는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국 역사 책을 봤는데, 삽화도 귀엽고 내용도 좋아서 인상 깊었어. 번역사들은 다 그럴것 같은데... 책의 역자가 누군지 한 번 봤는데, 통번역대학원 동문이더라고.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내 이름이 들어간 역서 한 권 쯤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LATTE: 맞아. 역자가 누군지 눈여겨보게 되지. 나도 책을 좋아해서 원서도 자주 보는 편인데, 좋은 원서를 발견하면 '이건 내가 번역하고 싶다.' 생각할 때가 꽤 있어. 그런데 알고보면 그 책의 번역서가 서점에 이미 있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 내 눈에 좋아 보이는 책은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건가  

SANTA: 나는 사실 역서에는 아직 큰 관심이 없는데, 그래도 역서를 보면 누가 번역했나 꼭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런데 역자의 이력을 보다 보면 의외로 처음부터 번역을 했던 사람보다 해당 언어나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더 많더라.

DANA: 맞아. 실제로 작가들 중에 번역을 하는 사람도 많잖아. 무라카미 하루키도 영미권 문학을 일본어로 많이 번역했고. 그런 걸 보면 문학 번역은 정말 번역 기술보다도 문학적 재능이 더 필요한 것 같아. 문학 번역이야말로 번역의 최고봉이라고도 하잖아. 물론 원서를 잘 옮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독자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낯설더라도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주고  최종 해석은 독자에게 넘길 것인가 하는 고민이 문학 번역에는 항상 따라다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잘 번역한다.’라는 것이 번역하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

SANTA: 공감해. 그래서 나는 사실 역서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엄두가 안 나는 것 같아. 과연 '내가 그런 문학적 재능을 갖춘 번역사일까?'하는 의문이 들거든. 그리고 사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LATTE: 나도 그게 항상 궁금했는데 예전에 대학원에서 마련해 준 특강 자리에서 문학 번역(그분은 동화 전문 번역사였던 것 같아)을 하는 선배 번역사가 해준 이야기를 듣고 조금 감을 잡았어. 문학 번역의 전반적인 과정을 알려주셨는데, 초보자는 일단 에이전시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더라.




DANA: 나도 그런 특강을 들은 기억이 있어. 출판사와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개는 에이전시를 통해 출판사와 연결이 된다고 했어. 역자가 '이런 책을 번역해 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하고, 또는 출판사나 에이전시에서 어떤 원서에 대한 검토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대. 검토서라는 건 이 원서가 번역되어 출판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보기 위해 번역사에게 이 책의 줄거리, 발췌 번역, 감상, 번역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 등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거야. 이 검토서를 보고 출판사나 에이전시가 번역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거지.

LATTE: 응, 맞아. 나는 책은 아니지만 예전에 웹소설 검토서를 작성해 본 적이 있는데, 검토서 작성이 꽤나 손이 많이 가. 일단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려면 기존에 소개된 작품 줄거리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직접 내용을 읽어봐야 해. 그래야 발췌 번역을 할 때도 맥락이 잡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 나는 읽는 걸 좋아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더라  

SANTA: 아, 그렇구나. 검토서 같은 걸 써야 하는지는 몰랐네. 그냥 출판사에서 번역사에게 ‘이거 번역해 주세요.’ 하거나, 번역사가 출판사에 ‘이거 번역하면 어떻겠어요.’하고 제안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면 바로 번역을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나름 거쳐야 할 프로세스가 있었구나. 내가 정말 관심이 없었나봐  

DANA: 실제로 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렵지. 나도 역자가 번역하고 싶은 책을 고르면 바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도 일종의 상품이다 보니 상품성을 보지 않을 수 없다더라고. 그래서 실제로 번역사의 취향이나 선호도 보다는이 책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가를 먼저 고려하는 것 같아.

LATTE: 그건 이해가 되는 부분이야. 어쨌든 책이 잘 팔려야 역자에게도 좋은 거니까. 그런 시장성 측면에서는 역자보다 출판사와 에이전시가 더 보는 눈이 있겠지. 번역사는 아무래도 해당 언어권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라 '이 정도면 다들 좋아하고, 이해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아닐 수 있어. 그리고 또 고민되는 건, 에이전시나 출판사가 아직 역서가 없는 번역사에게 출판 번역을 맡겨줄 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기술 번역은 그래도 첫 번역 경험을 쌓기가 쉬운 편이지만, 책은 또 다르잖아.  







SANTA: 그래서인지 요즘은 번역사들도 우선 자신이 직접 쓴 책을 먼저 내는 사람이 많더라. 1인 출판이 가능한 시대여서 그런 것도 같고, 그만큼 글쓰기와 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거니까. 그리고 어쩌면 역서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단순히 '독서가 취미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말로는 아무래도 설득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DANA: 맞아. 예전에 어떤 에이전시에 호기롭게 이력서를 들이민 적이 있는데, 번역한 작품이나 출판한 작품이 있는지 묻더라고. 이력서에는 대부분 기술 번역 경력만 있고, 출판 경력이 없으니 당장은 어렵겠다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어. 그때는 뭔가 실망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에이전시 관계자라도 당장 일을 맡길 생각은 하기 힘들 것 같아.    

SANTA: 그리고 외국어와 한국어 실력,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아. 전에 한 에이전시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인데 문학 작품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주간지 같은 것도 많이 읽어서 최신 용어와 트렌드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대. 경우에 따라 유행하는 신조어도 쓸 줄 알아야 하고, '너무 올드한 표현은 독자들도 싫어한다.'고 하더라고. 아마 책도 어느 정도는 유행을 탄다는 이야기겠지.

LATTE: 이런 트렌드는 아마도 문학, 비문학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거야. 소설이나 에세이에도 최신 트렌드가 담겨 있는데, 실용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래서 요즘 시사 주간지도 구독해서 읽고 있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오면 꼭 잡을 수 있어야 하니까.

DANA: 네 말을 들으니 반성하게 된다.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거야. 나는 일단 게을리했던 독서부터 좀 열심히 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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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번역서 한 권 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기술 번역을 많이 해본 번역사들조차 어떻게 해야 내가 번역한 책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막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발을 들일 수 있을지,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해야 하는건지, 다른 루트가 있는 것인지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문학 번역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일종의 작가가 되는 것이기도 하기에 번역 스킬만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출판 번역과 문학 번역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동료 번역사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DANA: 최근에 좋아하는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국 역사 책을 봤는데, 삽화도 귀엽고 내용도 좋아서 인상 깊었어. 번역사들은 다 그럴것 같은데... 책의 역자가 누군지 한 번 봤는데, 통번역대학원 동문이더라고.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내 이름이 들어간 역서 한 권 쯤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LATTE: 맞아. 역자가 누군지 눈여겨보게 되지. 나도 책을 좋아해서 원서도 자주 보는 편인데, 좋은 원서를 발견하면 '이건 내가 번역하고 싶다.' 생각할 때가 꽤 있어. 그런데 알고보면 그 책의 번역서가 서점에 이미 있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 내 눈에 좋아 보이는 책은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건가  

SANTA: 나는 사실 역서에는 아직 큰 관심이 없는데, 그래도 역서를 보면 누가 번역했나 꼭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런데 역자의 이력을 보다 보면 의외로 처음부터 번역을 했던 사람보다 해당 언어나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더 많더라.

DANA: 맞아. 실제로 작가들 중에 번역을 하는 사람도 많잖아. 무라카미 하루키도 영미권 문학을 일본어로 많이 번역했고. 그런 걸 보면 문학 번역은 정말 번역 기술보다도 문학적 재능이 더 필요한 것 같아. 문학 번역이야말로 번역의 최고봉이라고도 하잖아. 물론 원서를 잘 옮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독자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낯설더라도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주고  최종 해석은 독자에게 넘길 것인가 하는 고민이 문학 번역에는 항상 따라다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잘 번역한다.’라는 것이 번역하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

SANTA: 공감해. 그래서 나는 사실 역서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엄두가 안 나는 것 같아. 과연 '내가 그런 문학적 재능을 갖춘 번역사일까?'하는 의문이 들거든. 그리고 사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LATTE: 나도 그게 항상 궁금했는데 예전에 대학원에서 마련해 준 특강 자리에서 문학 번역(그분은 동화 전문 번역사였던 것 같아)을 하는 선배 번역사가 해준 이야기를 듣고 조금 감을 잡았어. 문학 번역의 전반적인 과정을 알려주셨는데, 초보자는 일단 에이전시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더라.




DANA: 나도 그런 특강을 들은 기억이 있어. 출판사와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개는 에이전시를 통해 출판사와 연결이 된다고 했어. 역자가 '이런 책을 번역해 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하고, 또는 출판사나 에이전시에서 어떤 원서에 대한 검토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대. 검토서라는 건 이 원서가 번역되어 출판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보기 위해 번역사에게 이 책의 줄거리, 발췌 번역, 감상, 번역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 등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거야. 이 검토서를 보고 출판사나 에이전시가 번역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거지.

LATTE: 응, 맞아. 나는 책은 아니지만 예전에 웹소설 검토서를 작성해 본 적이 있는데, 검토서 작성이 꽤나 손이 많이 가. 일단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려면 기존에 소개된 작품 줄거리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직접 내용을 읽어봐야 해. 그래야 발췌 번역을 할 때도 맥락이 잡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 나는 읽는 걸 좋아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더라  

SANTA: 아, 그렇구나. 검토서 같은 걸 써야 하는지는 몰랐네. 그냥 출판사에서 번역사에게 ‘이거 번역해 주세요.’ 하거나, 번역사가 출판사에 ‘이거 번역하면 어떻겠어요.’하고 제안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면 바로 번역을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나름 거쳐야 할 프로세스가 있었구나. 내가 정말 관심이 없었나봐  

DANA: 실제로 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렵지. 나도 역자가 번역하고 싶은 책을 고르면 바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도 일종의 상품이다 보니 상품성을 보지 않을 수 없다더라고. 그래서 실제로 번역사의 취향이나 선호도 보다는이 책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가를 먼저 고려하는 것 같아.

LATTE: 그건 이해가 되는 부분이야. 어쨌든 책이 잘 팔려야 역자에게도 좋은 거니까. 그런 시장성 측면에서는 역자보다 출판사와 에이전시가 더 보는 눈이 있겠지. 번역사는 아무래도 해당 언어권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라 '이 정도면 다들 좋아하고, 이해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아닐 수 있어. 그리고 또 고민되는 건, 에이전시나 출판사가 아직 역서가 없는 번역사에게 출판 번역을 맡겨줄 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기술 번역은 그래도 첫 번역 경험을 쌓기가 쉬운 편이지만, 책은 또 다르잖아.  







SANTA: 그래서인지 요즘은 번역사들도 우선 자신이 직접 쓴 책을 먼저 내는 사람이 많더라. 1인 출판이 가능한 시대여서 그런 것도 같고, 그만큼 글쓰기와 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거니까. 그리고 어쩌면 역서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단순히 '독서가 취미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말로는 아무래도 설득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DANA: 맞아. 예전에 어떤 에이전시에 호기롭게 이력서를 들이민 적이 있는데, 번역한 작품이나 출판한 작품이 있는지 묻더라고. 이력서에는 대부분 기술 번역 경력만 있고, 출판 경력이 없으니 당장은 어렵겠다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어. 그때는 뭔가 실망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에이전시 관계자라도 당장 일을 맡길 생각은 하기 힘들 것 같아.    

SANTA: 그리고 외국어와 한국어 실력,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아. 전에 한 에이전시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인데 문학 작품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주간지 같은 것도 많이 읽어서 최신 용어와 트렌드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대. 경우에 따라 유행하는 신조어도 쓸 줄 알아야 하고, '너무 올드한 표현은 독자들도 싫어한다.'고 하더라고. 아마 책도 어느 정도는 유행을 탄다는 이야기겠지.

LATTE: 이런 트렌드는 아마도 문학, 비문학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거야. 소설이나 에세이에도 최신 트렌드가 담겨 있는데, 실용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래서 요즘 시사 주간지도 구독해서 읽고 있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오면 꼭 잡을 수 있어야 하니까.

DANA: 네 말을 들으니 반성하게 된다.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거야. 나는 일단 게을리했던 독서부터 좀 열심히 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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