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인을 만나다 1

번역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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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번역사’라는 직업을 꿈꿀 것입니다.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죠. 하지만 막상 번역사를 직업으로 하고자 마음을 먹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실제로 번역사가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그보다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의뢰를 받아 번역 일을 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어떤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수준을 넘어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힘든 점애로점도 있을 것이고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현직 번역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실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번역사로서의 커리어, 더 나아가 실제 번역 업무에 대한 소감까지 번역사라는 직업은 어떤 것일까요?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년 차 한중/중한 번역사입니다. 대학교 때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6년간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전자재료 관련 회사 영업팀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는데, 일하다 보니 중국어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졌고 중국어라는 외국어 특기를 가지고 하는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서 번역사를 꿈꾸게 된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좌절할 때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번역사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번역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후에 퇴사를 하고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해서 현재 전문 번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혹시 어느 한 전문 분야 번역만 하시나요? 번역사분들은 다들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영어나 일본어의 경우에는 전문 분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요가 그만큼 많은 것 같고요. 그런데 이를 제외한 다른 언어의 경우에는 어느 한 전문 분야만 찾아 번역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뢰가 들어오면 분야를 따지지 않고 일단 번역을 하게 돼요.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나만의 전문 분야를 만드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경력이 쌓이면 저절로 제가 더 선호하고 편하게 번역하는 분야가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나는 이 분야 전문 번역만 하겠어’라고 결심하고 번역을 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 통번역대학원 입학 전에 약대나 의대, 법대를 전공하시고 오시는 분들은 해당 전공을 전문 분야로 살리고자 하시긴 하는데, 그런 분들도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의 번역을 하십니다.



Q. 번역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번역문의 가독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물론 원문을 제대로 번역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우선 차치하고, 나머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문은 결국 누군가 독자가 읽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누군가 번역문을 읽었을 때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고 머뭇거린다면 번역문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개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원문의 오류로 인한 오역이거나 번역사의 실수로 인한 오역, 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가독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경우에는 번역사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오역과 가독성 미비의 경우는 번역사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Q. 번역 품질을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본인만의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까요?

품질을 위해서 번역 후에도 수차례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발견하지 못한 어색한 부분이 발견돼요. 분명 완벽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읽으면 아까는 보이지 않던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100% 완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저는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제가 한 번역문을 보여주고 문장 뜻이 이해가 되는지 물어봐요. 내가 번역한 문장이 업계 전문가가 보았을 때도 이해가 되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그 업계 용어가 적재적소에 적절히 사용되었는지 확인을 받으면 번역문의 품질도 자연히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기계 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예전처럼 사전만 보며 번역을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번역사분들이 작업하실 때 사용하는 번역 솔루션이나 툴이 있나요? 번역사로서 번역 솔루션이나 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캣툴 사용하죠. 하지만 번역 회사에서 요구할 때만 사용해요. 사용해보면 캣툴이 똑똑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포맷이 일정한 기술 번역의 경우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 있으면 캣툴이 제시하는 결과가 매우 좋은 편이에요. 하지만 분명히 한계는 있습니다. 모든 번역에 적용할 수도 없고요. 특히 문학 번역에서 사용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죠. 하지만 법률 문서, 기술 문서 번역의 경우에는 캣툴의 도움을 받으면 업무 효율이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캣툴을 적절히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Q. 납기를 지키려면 번역 속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번역 속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개인적인 팁이 있으시다면?

속도는 사실 납기가 가까워오면 집중도도 높아지고 저절로 빨라집니다.(ㅎㅎ) 그런데 속도를 빨리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조금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사실 불가능한 일이죠. 원래 번역 속도를 갑자기 빨리할 수는 없어요. 빨리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요. 애초에 번역 프로젝트 간의 시간 분배를, 스케줄링을 잘 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걸리는 번역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죠. 빨리하면 무조건 실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번역사로서 번역을 하면서 속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제 주변 번역사들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표현을 쓸지는 고민해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번역을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Q. 번역사로서의 생활도 궁금합니다. 주로 언제 일하시나요? 워라밸은 어떠신지?

프리랜서지만 회사원처럼 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오전 9:30 전에 집안일이나 잡다한 일을 마치고 이후부터는 근무하듯 일을 시작해요. 오후에도 회사원들처럼 일을 하고 최대한 5~6시 전에 그날의 업무를 끝내려고 해요. 낮에 다른 일정이 있어 일을 하지 못해서 밤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낮에 그만큼 다른데 시간을 쓴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회사원이 야근을 할 때 힘든 것과는 달리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회사원일 때는 악착같이 워라밸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할 때 일을 하기 때문에 워라밸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 같은 것은 오히려 없어요. 자기계발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번역사로서 하는 노력이 있다면 번역도 일종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무언가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요.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독서를 하다가 좋은 표현이 있으면 필사도 하고요. 주로 혼자 일하다 보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부러 시간 내어 운동도 합니다.


Q. 번역사이기 때문에 생긴 습관 내지는 직업병 같은 것이 있을까요?

회사 다닐 때는 근무 중 티타임도 월급에 포함된 시간이라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일을 안 하는 시간은 실제로 무급이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의 시급이 얼마인가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ㅎㅎ) 물론 일이 적당히 있을 때 이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바쁠 때는 그럴 여유가 없지만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번역이나 역서를 나도 모르게 평가하게 되고 나라면 어떻게 쓰겠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물론 잘 된 번역은 그만큼 감탄도 하고요. 역서를 읽으면 ‘아 이 부분의 원문은 이러이러 했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해요. 역서를 보다가 약간 어색하거나, 숫자가 터무니없어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혹시나 하고 실제로 원서를 확인해 보았더니 오역인 경우도 더러 있더라고요. 번역사로 일을 하고 나서부터 역서를 볼 때는 특히 중국 원작인 역서를 볼 때 독서 시간이 약간 길어진 것 같아요.


Q. 번역사로서 바라보는 번역 업계가 궁금한데요, 실제로 현역에서 일을 하고 계시니 더 와 닿으실 것 같습니다. 번역 업계의 최근 이슈나 트렌드는 무엇이 있나요?

기계 번역 아닐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인공지능 때문에 번역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겠다는 공포심이나 걱정 어린 시선이 더 많았다면, 지금은 기계번역을 안 쓸 수는 없다는 생각,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면 번역사도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막상 번역사들끼리 만나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다들 고려하고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번역사들도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서로 만나면 자기 힘든 일, 일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 이야기하기 바쁩니다.(ㅎㅎ)


Q. 주변에 번역사가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실 건가요? 번역사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추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본다면 저는 굉장히 만족하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추천할 것 같아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번역이라는 일이 적성에 맞겠느냐 하는 것이겠죠. 공부를 좋아하고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번역사라는 직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간혹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도 외국어를 살려서 하는 직업을 찾다 보니 번역사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성격상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번역사의 장점은 언어를 공부하면서 그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일을 하기 때문에 성취감뿌듯함이 있다는 점이에요. 똑같은 원문에도 열 명의 번역사가 다 다르게 번역을 하는데, 그만큼 번역사들이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의지로 번역을 한다는 뜻이잖아요? 자기 결정권이 그만큼 크고(물론 자기 마음대로 오역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신의 개성을 살린 번역문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 그 번역문을 본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어줄 때 뿌듯함이 있어요. 통역과 마찬가지로 언어로 소통을 도왔다는 보람이 있죠. 단점이라면 몸 이곳저곳이 아픕니다.(ㅎㅎ) 손가락, 눈,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어요.(ㅎㅎ) 그래서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해요. 번역도 체력이 받쳐줘야 할 수 있습니다.



Q. 업계 동료 번역사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시나요? 특정 채널이나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나요?

아무래도 학교 동기들이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요. 회사원처럼 매일같이 동료와 티타임을 가질 수는 없으니 주기적으로 만나려고 노력하죠. 소개를 통해 일을 주고받는 선후배와도 교류하고요. 주로 학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것 같아요. 채널이나 커뮤니티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네요. 굳이 꼽자면 동문회 정도?


Q. 기본적으로 번역이라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적성에 맞기 때문에 전문 번역사로 활동하고 계실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 업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나 어려움도 있을까요? 

사실 업무 상의 어려움은 솔루션이나 툴로 해결이 안 되는 어려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예로 들자면, 등장인물이 많고 성격, 서로의 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말투, 용어 통일이 쉽지 않아요. 특히 공역일 경우에는, 앞 부분은 다른 번역사가 하고 제가 중간부터 번역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 부분에서 어떻게 이들 간의 관계가 이루어졌는지, 어떤 말투로 대화를 했는지 모르면 번역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PM 분들이 사전에 파악을 하거나 이렇게 해달라 주문을 주시는 경우는 조금 편한데, PM도 그 부분을 전부 파악하지는 못하거든요. 그러면 앞 부분을 담당하는 공역자 분이 우선 결정해서 알려주거나, 추후에 함께 협의를 해서 정해야 해요. 그래서 이런 경우 용어 리스트를 만들어서 서로 공유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이외에는 번역 업무 자체의 어려움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용어 선택에 대한 고민 자체를 즐기는 직업이라서요.


Q. ‘번역사는 어떤 직업이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저는 ‘공부하는 일개미’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번역은 성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빨리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계속해서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하고 다양한 표현을 수집하려 애써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표현만 돌려쓰다 보면 한계가 와요. 그래서 항상 다른 작품을 읽어 보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요. 그러니 항상 공부해야 하고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을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고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한 단어에 집착하나 싶을 수도 있는데, 그 용어 하나가 분위기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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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번역사’라는 직업을 꿈꿀 것입니다.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죠. 하지만 막상 번역사를 직업으로 하고자 마음을 먹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실제로 번역사가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그보다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의뢰를 받아 번역 일을 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어떤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수준을 넘어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힘든 점애로점도 있을 것이고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현직 번역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실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번역사로서의 커리어, 더 나아가 실제 번역 업무에 대한 소감까지 번역사라는 직업은 어떤 것일까요?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년 차 한중/중한 번역사입니다. 대학교 때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6년간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전자재료 관련 회사 영업팀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는데, 일하다 보니 중국어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졌고 중국어라는 외국어 특기를 가지고 하는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서 번역사를 꿈꾸게 된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좌절할 때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번역사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번역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후에 퇴사를 하고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해서 현재 전문 번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혹시 어느 한 전문 분야 번역만 하시나요? 번역사분들은 다들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영어나 일본어의 경우에는 전문 분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요가 그만큼 많은 것 같고요. 그런데 이를 제외한 다른 언어의 경우에는 어느 한 전문 분야만 찾아 번역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뢰가 들어오면 분야를 따지지 않고 일단 번역을 하게 돼요.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나만의 전문 분야를 만드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경력이 쌓이면 저절로 제가 더 선호하고 편하게 번역하는 분야가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나는 이 분야 전문 번역만 하겠어’라고 결심하고 번역을 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 통번역대학원 입학 전에 약대나 의대, 법대를 전공하시고 오시는 분들은 해당 전공을 전문 분야로 살리고자 하시긴 하는데, 그런 분들도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의 번역을 하십니다.



Q. 번역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번역문의 가독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물론 원문을 제대로 번역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우선 차치하고, 나머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문은 결국 누군가 독자가 읽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누군가 번역문을 읽었을 때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고 머뭇거린다면 번역문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개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원문의 오류로 인한 오역이거나 번역사의 실수로 인한 오역, 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가독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경우에는 번역사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오역과 가독성 미비의 경우는 번역사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Q. 번역 품질을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본인만의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까요?

품질을 위해서 번역 후에도 수차례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발견하지 못한 어색한 부분이 발견돼요. 분명 완벽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읽으면 아까는 보이지 않던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100% 완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저는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제가 한 번역문을 보여주고 문장 뜻이 이해가 되는지 물어봐요. 내가 번역한 문장이 업계 전문가가 보았을 때도 이해가 되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그 업계 용어가 적재적소에 적절히 사용되었는지 확인을 받으면 번역문의 품질도 자연히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기계 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예전처럼 사전만 보며 번역을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번역사분들이 작업하실 때 사용하는 번역 솔루션이나 툴이 있나요? 번역사로서 번역 솔루션이나 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캣툴 사용하죠. 하지만 번역 회사에서 요구할 때만 사용해요. 사용해보면 캣툴이 똑똑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포맷이 일정한 기술 번역의 경우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 있으면 캣툴이 제시하는 결과가 매우 좋은 편이에요. 하지만 분명히 한계는 있습니다. 모든 번역에 적용할 수도 없고요. 특히 문학 번역에서 사용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죠. 하지만 법률 문서, 기술 문서 번역의 경우에는 캣툴의 도움을 받으면 업무 효율이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캣툴을 적절히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Q. 납기를 지키려면 번역 속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번역 속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개인적인 팁이 있으시다면?

속도는 사실 납기가 가까워오면 집중도도 높아지고 저절로 빨라집니다.(ㅎㅎ) 그런데 속도를 빨리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조금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사실 불가능한 일이죠. 원래 번역 속도를 갑자기 빨리할 수는 없어요. 빨리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요. 애초에 번역 프로젝트 간의 시간 분배를, 스케줄링을 잘 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걸리는 번역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죠. 빨리하면 무조건 실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번역사로서 번역을 하면서 속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제 주변 번역사들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표현을 쓸지는 고민해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번역을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Q. 번역사로서의 생활도 궁금합니다. 주로 언제 일하시나요? 워라밸은 어떠신지?

프리랜서지만 회사원처럼 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오전 9:30 전에 집안일이나 잡다한 일을 마치고 이후부터는 근무하듯 일을 시작해요. 오후에도 회사원들처럼 일을 하고 최대한 5~6시 전에 그날의 업무를 끝내려고 해요. 낮에 다른 일정이 있어 일을 하지 못해서 밤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낮에 그만큼 다른데 시간을 쓴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회사원이 야근을 할 때 힘든 것과는 달리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회사원일 때는 악착같이 워라밸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할 때 일을 하기 때문에 워라밸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 같은 것은 오히려 없어요. 자기계발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번역사로서 하는 노력이 있다면 번역도 일종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무언가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요.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독서를 하다가 좋은 표현이 있으면 필사도 하고요. 주로 혼자 일하다 보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부러 시간 내어 운동도 합니다.


Q. 번역사이기 때문에 생긴 습관 내지는 직업병 같은 것이 있을까요?

회사 다닐 때는 근무 중 티타임도 월급에 포함된 시간이라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일을 안 하는 시간은 실제로 무급이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의 시급이 얼마인가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ㅎㅎ) 물론 일이 적당히 있을 때 이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바쁠 때는 그럴 여유가 없지만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번역이나 역서를 나도 모르게 평가하게 되고 나라면 어떻게 쓰겠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물론 잘 된 번역은 그만큼 감탄도 하고요. 역서를 읽으면 ‘아 이 부분의 원문은 이러이러 했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해요. 역서를 보다가 약간 어색하거나, 숫자가 터무니없어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혹시나 하고 실제로 원서를 확인해 보았더니 오역인 경우도 더러 있더라고요. 번역사로 일을 하고 나서부터 역서를 볼 때는 특히 중국 원작인 역서를 볼 때 독서 시간이 약간 길어진 것 같아요.


Q. 번역사로서 바라보는 번역 업계가 궁금한데요, 실제로 현역에서 일을 하고 계시니 더 와 닿으실 것 같습니다. 번역 업계의 최근 이슈나 트렌드는 무엇이 있나요?

기계 번역 아닐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인공지능 때문에 번역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겠다는 공포심이나 걱정 어린 시선이 더 많았다면, 지금은 기계번역을 안 쓸 수는 없다는 생각,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면 번역사도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막상 번역사들끼리 만나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다들 고려하고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번역사들도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서로 만나면 자기 힘든 일, 일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 이야기하기 바쁩니다.(ㅎㅎ)


Q. 주변에 번역사가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실 건가요? 번역사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추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본다면 저는 굉장히 만족하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추천할 것 같아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번역이라는 일이 적성에 맞겠느냐 하는 것이겠죠. 공부를 좋아하고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번역사라는 직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간혹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도 외국어를 살려서 하는 직업을 찾다 보니 번역사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성격상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번역사의 장점은 언어를 공부하면서 그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일을 하기 때문에 성취감뿌듯함이 있다는 점이에요. 똑같은 원문에도 열 명의 번역사가 다 다르게 번역을 하는데, 그만큼 번역사들이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의지로 번역을 한다는 뜻이잖아요? 자기 결정권이 그만큼 크고(물론 자기 마음대로 오역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신의 개성을 살린 번역문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 그 번역문을 본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어줄 때 뿌듯함이 있어요. 통역과 마찬가지로 언어로 소통을 도왔다는 보람이 있죠. 단점이라면 몸 이곳저곳이 아픕니다.(ㅎㅎ) 손가락, 눈,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어요.(ㅎㅎ) 그래서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해요. 번역도 체력이 받쳐줘야 할 수 있습니다.



Q. 업계 동료 번역사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시나요? 특정 채널이나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나요?

아무래도 학교 동기들이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요. 회사원처럼 매일같이 동료와 티타임을 가질 수는 없으니 주기적으로 만나려고 노력하죠. 소개를 통해 일을 주고받는 선후배와도 교류하고요. 주로 학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것 같아요. 채널이나 커뮤니티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네요. 굳이 꼽자면 동문회 정도?


Q. 기본적으로 번역이라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적성에 맞기 때문에 전문 번역사로 활동하고 계실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 업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나 어려움도 있을까요? 

사실 업무 상의 어려움은 솔루션이나 툴로 해결이 안 되는 어려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예로 들자면, 등장인물이 많고 성격, 서로의 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말투, 용어 통일이 쉽지 않아요. 특히 공역일 경우에는, 앞 부분은 다른 번역사가 하고 제가 중간부터 번역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 부분에서 어떻게 이들 간의 관계가 이루어졌는지, 어떤 말투로 대화를 했는지 모르면 번역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PM 분들이 사전에 파악을 하거나 이렇게 해달라 주문을 주시는 경우는 조금 편한데, PM도 그 부분을 전부 파악하지는 못하거든요. 그러면 앞 부분을 담당하는 공역자 분이 우선 결정해서 알려주거나, 추후에 함께 협의를 해서 정해야 해요. 그래서 이런 경우 용어 리스트를 만들어서 서로 공유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이외에는 번역 업무 자체의 어려움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용어 선택에 대한 고민 자체를 즐기는 직업이라서요.


Q. ‘번역사는 어떤 직업이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저는 ‘공부하는 일개미’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번역은 성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빨리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계속해서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하고 다양한 표현을 수집하려 애써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표현만 돌려쓰다 보면 한계가 와요. 그래서 항상 다른 작품을 읽어 보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요. 그러니 항상 공부해야 하고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을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고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한 단어에 집착하나 싶을 수도 있는데, 그 용어 하나가 분위기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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