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가

더 쉽다구요?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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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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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번역사가 번역을 마치고 납품하기 바로 전에 하는 작업, 바로 감수입니다. 

대개는 번역사가 자신의 번역물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의미에서 윤문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번역사 또는 PM에 의해 감수가 이루어진다면 감수는 단순히 교정의 수준을 넘어 보다 깊이 있는 작업이 됩니다.


번역사에게는 번역 의뢰만큼이나 감수 의뢰도 많습니다. 처음 감수 의뢰가 들어왔을 때 ‘뭐, 이 정도야 간단하지’하고 시작했습니다. 틀린 숫자나 오타 정도의 명백한 오류를 찾아내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웬걸, 생각보다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나의 손을 마지막으로 의뢰인에게 납품된다고 생각하면 더 깊게 고민하고 연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감수 요율은 번역 요율의 반, 심지어 1/3인 곳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요율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번역 요율보다 훨씬 싼 감수 요율이 가끔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이미 번역을 해놓았으니 그만큼 빨리 진행되는 것이 정상이라, 요율도 그만큼 낮은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감수’란 작업, 번역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대개 별도로 번역사에게 의뢰하여 (감수비를 지불하며) 감수를 진행한다는 것은 번역물의 중요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번역 자체의 난이도보다도 뉘앙스와 사소한 수치, 용어까지 정확히 번역되어야 하는 경우겠죠. PM도 감수 작업을 의뢰하면서 여러 번 당부합니다. “번역사님, 정말 중요한 텍스트예요.”, “번역사님, 의뢰자 측에서 정말 꼼꼼한 감수를 요청했어요.” 등, 감수라는 작업 자체의 부담에 PM의 기대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로 감수를 시작합니다. ‘음, 이 문장 오역이네.’하고 고치려는 순간, ‘잠깐만… 이렇게 번역한 의도가 있을 텐데… (수 분 후)… 아… 혹시 이런 의미인가? 그럼 제대로 한 번역이네.’하며 모니터와 씨름하듯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해 고민합니다. 사실 한눈에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잘 된 번역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보는 눈,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감수에서 자주 있는 일이고 이것이 진정한 감수이기도 합니다.



감수에서 정말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원문이나 번역문 모두 매우 단순한 경우입니다. 단번에 이해되는 문장은 으레 대충 보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함정은 이런 곳에 있죠. 오타도, 오역도 이런 곳에 자주 있습니다. 왠지 감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되돌아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역시나 놓친 부분이 발견됩니다.


원문에 있는 단어가 번역문에는 생략이 되어 있는 경우도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입니다. 누락인 것 같아 수정을 하려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봅니다. 왜 생략했을까… 번역문을 곱씹다가 누락된 부분을 추가해 직접 해당 문장을 번역해봅니다. 그럼 바로 느끼게 됩니다. 내가 번역한 문장이 어색하다는 것을. 생략하는 쪽이 문장의 의미를 해치지 않고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즉, 감수라는 것은 번역문이 원문대로 잘 번역이 되었는가를 보는 작업이지만, 원문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감수하며 배우기도 합니다. 감수가 꼭 누군가의 번역물에서 잘못된 부분을 골라내고 크리틱 하는 작업이라기 보다, 반대로 번역물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감수는 하면 할수록 눈으로만 대충 훑어보는 부수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번역물의 완성도와 정확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감수를 하는 번역사는 더 섬세하고 언어적으로도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몇 번의 감수 작업을 하고 나면, 번역을 할 때 ‘혹시 감수하는 분이 이 부분을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의아해하려나?’하고 생각하며 번역한 문장도 다른 사람 눈에 잘 이해가 될지 한 번 더 생각해 봅니다. 번역 작업의 마지막 단계이자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번역사를 고뇌에 빠지게 하는 감수 작업, 번역사로서 일을 할수록 그 중요성과 어려움을 체감합니다.

 


지콘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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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번역기를 동시에 확인하는 비교 번역은 물론 중역, 역번역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번역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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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가 번역을 마치고 납품하기 바로 전에 하는 작업, 바로 감수입니다. 

대개는 번역사가 자신의 번역물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의미에서 윤문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번역사 또는 PM에 의해 감수가 이루어진다면 감수는 단순히 교정의 수준을 넘어 보다 깊이 있는 작업이 됩니다.


번역사에게는 번역 의뢰만큼이나 감수 의뢰도 많습니다. 처음 감수 의뢰가 들어왔을 때 ‘뭐, 이 정도야 간단하지’하고 시작했습니다. 틀린 숫자나 오타 정도의 명백한 오류를 찾아내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웬걸, 생각보다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나의 손을 마지막으로 의뢰인에게 납품된다고 생각하면 더 깊게 고민하고 연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감수 요율은 번역 요율의 반, 심지어 1/3인 곳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요율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번역 요율보다 훨씬 싼 감수 요율이 가끔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이미 번역을 해놓았으니 그만큼 빨리 진행되는 것이 정상이라, 요율도 그만큼 낮은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감수’란 작업, 번역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대개 별도로 번역사에게 의뢰하여 (감수비를 지불하며) 감수를 진행한다는 것은 번역물의 중요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번역 자체의 난이도보다도 뉘앙스와 사소한 수치, 용어까지 정확히 번역되어야 하는 경우겠죠. PM도 감수 작업을 의뢰하면서 여러 번 당부합니다. “번역사님, 정말 중요한 텍스트예요.”, “번역사님, 의뢰자 측에서 정말 꼼꼼한 감수를 요청했어요.” 등, 감수라는 작업 자체의 부담에 PM의 기대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로 감수를 시작합니다. ‘음, 이 문장 오역이네.’하고 고치려는 순간, ‘잠깐만… 이렇게 번역한 의도가 있을 텐데… (수 분 후)… 아… 혹시 이런 의미인가? 그럼 제대로 한 번역이네.’하며 모니터와 씨름하듯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해 고민합니다. 사실 한눈에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잘 된 번역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보는 눈,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감수에서 자주 있는 일이고 이것이 진정한 감수이기도 합니다.



감수에서 정말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원문이나 번역문 모두 매우 단순한 경우입니다. 단번에 이해되는 문장은 으레 대충 보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함정은 이런 곳에 있죠. 오타도, 오역도 이런 곳에 자주 있습니다. 왠지 감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되돌아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역시나 놓친 부분이 발견됩니다.


원문에 있는 단어가 번역문에는 생략이 되어 있는 경우도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입니다. 누락인 것 같아 수정을 하려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봅니다. 왜 생략했을까… 번역문을 곱씹다가 누락된 부분을 추가해 직접 해당 문장을 번역해봅니다. 그럼 바로 느끼게 됩니다. 내가 번역한 문장이 어색하다는 것을. 생략하는 쪽이 문장의 의미를 해치지 않고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즉, 감수라는 것은 번역문이 원문대로 잘 번역이 되었는가를 보는 작업이지만, 원문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감수하며 배우기도 합니다. 감수가 꼭 누군가의 번역물에서 잘못된 부분을 골라내고 크리틱 하는 작업이라기 보다, 반대로 번역물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감수는 하면 할수록 눈으로만 대충 훑어보는 부수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번역물의 완성도와 정확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감수를 하는 번역사는 더 섬세하고 언어적으로도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몇 번의 감수 작업을 하고 나면, 번역을 할 때 ‘혹시 감수하는 분이 이 부분을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의아해하려나?’하고 생각하며 번역한 문장도 다른 사람 눈에 잘 이해가 될지 한 번 더 생각해 봅니다. 번역 작업의 마지막 단계이자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번역사를 고뇌에 빠지게 하는 감수 작업, 번역사로서 일을 할수록 그 중요성과 어려움을 체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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